이정후가 뛸 타자지옥 구장 거긴 뛰기 싫어 거포도 한목소리
이정후가 뛸 타자지옥 구장 거긴 뛰기 싫어 거포도 한목소리
메이저리그(MLB) 정상급 강타자들이 모두 뛰기를 기피한 구장이 있다. ‘투수친화적 홈구장’을 사용할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지난 22일(한국시간) 베테랑 우타자 J.D. 마르티네스(37)는 뉴욕 메츠와 1년 1200만 달러(약 161억 원) 계약을 맺었다.
미국 매체 MLB 네트워크의 존 헤이먼에 따르면 250만 달러(약 33억 원)의 계약금을 제외하면 일부 디퍼 계약(총액을 일정 시점 이후 나눠서 받는 것)이 포함돼 있다.
지난 2011년 빅리그에 데뷔한 마르티네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을 거치며 13시즌을 뛰었다.
통산 1522경기에 출전한 그는 타율 0.287(2458타수 1639안타) 315홈런 1002타점 851득점 OPS 0.874의 성적을 거뒀다.
40홈런 이상을 두 차례(2017년 45홈런, 2018년 43홈런) 터트렸고, 2018시즌에는 130타점으로 아메리칸리그 1위에 오르며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이런 활약 속에 마르티네스는 아메리칸리그 실버슬러거를 3번(2015년 외야수, 2018년 외야수·지명타자) 차지했다.
또한 올스타에도 6번 선발됐다. 수비 문제로 인해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기가 많지만,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타격 능력은 여전하다. 이에 마땅한 지명타자가 없는 메츠가 손을 내민 것이다.
그런데 마르티네스에게 메츠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팀이 있었으니, 바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미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24일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샌프란시스코는 마르티네스에게 1년 1400만 달러(약 188억 원) 조건을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메츠의 제시액보다도 많았다.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계약도 맺었던 마르티네스에게 200만 달러 차이는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더 좋은 조건을 마다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계약 후 기자회견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마르티네스는 ‘왜 샌프란시스코의 제안을 거절했나’는 질문에 “솔직히 (오라클 파크가) 타자 친화적인 구장은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만약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타율 0.260에 20홈런을 기록했다면 사람들은 나를 향해 ‘늙었고, 끝났다’고 비난할 것이고, 경기에 나오지 못할 것이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야구를 계속 할 수 있는 기회를 내게 주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샌프란시스코의 구장은 타자들이 힘들어하는 곳이다.
특히 반대쪽(오른쪽)은 더 그렇다”며 “시티 필드(메츠 홈구장)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구장들도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르티네스만 거부감을 느낀 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번 겨울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영입전에서 고배를 마신 것도 홈구장 때문이었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는 “오라클 파크는 좌타자에게 어려운 곳이다. 오타니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최고의 선수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뛴다”며 샌프란시스코를 거부한 이유를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대표적인 투수 친화 구장이다.
지난 2000년 개장한 이곳은 특이한 구조로 주목을 받았다. 좌측 폴대부터 우중간 외야 펜스까지는 가운데가 평평한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것은 없다.
하지만 우중간부터는 급격히 안쪽으로 말려들어오며 타 구장과는 다른 구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좌측 폴대쪽에서 홈플레이트까지 거리가 103m인 반면 우측은 94m로 매우 짧다.
하지만 왼쪽 펜스가 2.4m로 평범하지만 오른쪽은 7.6m로 세 배나 높다. 또한 우측 외야 바로 바깥에는 바다가 있어 해풍까지 들어온다.
MLB.com에 따르면 지난해 오라클 파크에 출전한 좌타자의 장타율은 0.369로, 이는 같은 기간 빅리그 홈구장 중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홈구장 펫코 파크(0.368)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또한 스탯캐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파크팩터(100이 평균)에서 좌타자의 홈런 팩터는 84로 빅리그에서 6번째로 낮다.